주식투자 공부를 시작한게 2019년 10월 초였습니다.
20대가 거의 끝나갈 때까지 주식투자는 도박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요즘 말하는 금융문맹이었죠.
금융문맹 탈출
우연히, 아주 다행히도 서점에서 이런저런 책을 보다 '워렌버핏 바이블'이란 책을 살짝 읽게 됐습니다.
물론 이 당시 저에게 워렌버핏은 유명한 부자 중의 한명으로 언젠가 버핏과의 점심이 굉장히 비싼 가격에 팔린다는 얘기도 몇번 들었던 사람이었습니다.
지금에서야 잘 기억이 안나지만 (책을 빌려줘서 확인할 수가 없음) 이 책의 서문을 읽는 것만으로도 저는 워렌버핏에게 설득되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책이 너무 어려워 주식투자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1장만 겨우 읽었고, 이때 든 생각은 2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1. 복리효과에 빨리 탑승하자
2.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으니 빨리 주식투자 입문서를 읽자
유용한 도서
저는 아래의 책들을 순서대로 읽었습니다 (독서기록을 살펴보니 그렇더군요)
1. 슈퍼개미의 왕초보 주식수업 (이정윤) - 주식 기본 용어 습득
2. 현명한 투자자 요약본 (벤저민 그레이엄) - 가치 투자의 고전
3. 대한민국 주식투자자를 위한 완벽한 재무제표 읽기 (이강연) - 정량적 기업 분석법
4.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필립 피셔) - 정성적 기업 분석법
5. 슈퍼 스톡스 (켄 피셔) - 좋은 기업이 아닌 좋은 주식 찾아내는 법
6. 증권분석 (벤저민 그레이엄) - 가치투자의 비기
유용한 유튜브 채널
1. 할수있다! 알고투자 (채널운영자이신 강환국님은 훌륭한 책들도 많이 쓰셨습니다. 존경하는 투자자 중 한분입니다)
2. 피셔인베스트
3. 내일은 투자왕 - 김단테
2019년 12월 중반까지 기본적인 공부를 한 결과 가장 승산이 있는 투자방법은 가치투자라는 판단이 섰습니다.
1. 단기매매를 위해서는 매매에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매우 큰 단점이 있었습니다.
2. 가치투자는 '투자 전 분석'에 가장 공을 들여야되는데, 이 부분이 제 성격과 잘 맞았습니다.
3. 백테스트 수행이 쉽고,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2020년이 주식투자를 시작한 해였던만큼 투자실적과 함께 어떤 절차로 주식투자를 하게되었는지도 기록해보았습니다.
주식투자에서 1년은 매우 짧은 기간이지만 그래도 투자실적과 그에 대한 복기를 해보았습니다.
투자기간
2020년 1월 1일 ~ 2020년 12월 31일
투자전략
- 여유금 (전 자산의 50% 정도)으로 주식 100% 매입
- 아래의 기준으로 종목을 선정
1. PER, PBR, PSR이 낮은 주식으로 1차 필터링
2. 오랜 기간 동안 준수한 실적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변동이 심한 주식 제외
3. 해당 기업이 속한 산업이 사양 산업이라고 판단될 경우 제외
4. 분석하기 어려운 주식 제외 (주로 지주회사)
5. 기업분석으로 동종업종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주식 선정
투자실적
투자실적과 관련된 자료는 전부 KB의 HTS인 H-able에서 가져왔습니다.
H-able에 '투자다이어리 - 투자점검' 기능이 있더라고요
투자금액이나 손익은 프라이버시 상 따로 적지 않겠습니다. 큰 금액은 아닙니다 :)
수익률
78.6% (벤치마크 수익률 - 코스피 32.1%, 코스닥 43.6%)
총평
수익률로 놓고 보면 코스피나 코스닥 (이하 시장)을 크게 이겼습니다.
2020년 6월까지 힘든 시기 (첫 투자자가 겪기에는 너무 큰 고통)도 있었지만 잘 이겨낸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었습니다.
수익률만 놓고 보면 그렇지만 저는 집중투자를 하여 상대적으로 훨씬 큰 리스크를 감수한만큼 이정도 수익률을 내지 못했으면 절대 좋은 투자라고 할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총평하자면 '큰 리스크를 감수한, 딱 그만큼의 수익을 냈다. 운이 좋았다'인 것 같습니다.
전반적 보유종목
- 반도체 관련주 (60%): 프로텍 (가장 큰 비중), 삼성전자 (2번째), 티씨케이, 케이씨텍 등
- IT관련주 (20%):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 기타 심각한 저평가주 (20%): 슈피겐코리아, 신대양제지, 동원개발 등
복기
2019년 말
당시에는 반도체 실적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에 따라 반도체 관련주들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지만 아직 저평가된 주식들이 많았습니다.
반도체 실적에 대한 기대도 단순한 허상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1. 개발자로서 IT산업의 성장은 너무 확실하고, 아직 시작도 안했다고 생각함
2. IT산업이 고성장하는데 반도체주가 성장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생각함
IT산업의 성장을 확신하는데 IT산업에 집중투자하지 않은 이유는 IT산업 관련주의 주가가 이미 너무 높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국내 대표 IT기업인 네이버, 카카오는 아주 훌륭한 기업이라고 생각하지만 주가가 매우 높아 좋은 주식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PER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보다 높았으며 이는 매우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했음)
현재 시점까지는 결과적으로 틀린 판단이 되었지만, 지금 다시 돌아간다 해도 네이버, 카카오에는 투자하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투자자들을 단 한 번만 실망시켜도 쉽게 무너질 주가라는 판단에서입니다.
당시 제 눈에는 반도체 관련주 중 프로텍, 케이씨텍, DB하이텍, 티씨케이, 삼성전자 등의 종목이 아주 매력적이었고 (주가가 싸고 영업이익률은 매우 훌륭), 가장 훌륭하다고 판단한 프로텍에 가장 큰 비중을 투자했습니다.
그래도 주식에 대한 두려움이 좀 있어서 여유금의 10% 정도만 투자했던 것 같습니다.
~ 2020년 1월
시장은 지지부진한데 비해 매입한 종목들의 수익이 계속 올라가는 것을 보고 큰 수익을 놓치기 전에 비중을 늘려야 겠다고 판단해 여유금의 50%까지 비중을 늘렸습니다.
지금에서야 50%까지 늘린 게 굉장히 용감한 행동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영끌을 하시는 분들의 용기에야 한참 못미치지만 그게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모두들 알고있는 끔찍한 사태가 기다리고 있었으니까요.
~ 2020년 2월
코로나 사태 초기로 시장의 변동성이 매우 커졌지만 아직 모두 기억하는 그 지옥의 폭락은 오지 않았었습니다.
이 당시만 해도 유튜브에서는 폭락이 올 것이다와 안 올것이다가 혼재했었습니다.
'폭락이 올 것이다'측의 주장은 '과거 전염병이 돌았을 때 항상 폭락이 왔었다!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였고,
'폭락이 안 올것이다'측의 주장은 '투자자들은 이미 수많은 전염병 사태를 경험했기 때문에 학습효과로 동일한 현상이 반복되진 않을 것이다!'였습니다.
두 측의 주장 모두 설득력이 있었다고 생각했고, 저는 일단 상황을 지켜봐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 2020년 3월
중국발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되었습니다. 하루에 10% 넘게 빠지는 날이 몇번 있었고 제 잔고의 수익률이 -50%를 넘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3월 23일었던 것 같네요.
계좌에 파란불을 보니 투자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
이런 사태가 얼마나 있었는지, 현명한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대해 계속 공부했고, 위에 언급한 유튜버분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들었습니다.
이 때 내린 결론은 물타기였습니다. 손절대응은 늦었다고 판단했고 제가 저점을 맞출 자신도 없었습니다 (저 말고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제 기준엔 가치와 가격의 차이가 극심하게 벌어졌는데 오히려 바겐세일이 아니냐라는 생각이 들었고,
연금보험도 해지하여 여유금의 90%까지 분할매수를 계속했습니다.
~ 2020년 5월
3월말부터 반등을 시작하여 4월 즈음에는 시장에 변동성이 많이 줄어들어 안정되는 시기였습니다.
이때도 대중들의 의견이 크게 2개로 갈렸습니다.
'아직 저점이 아니다'파의 주장은 '중국발 코로나는 다른 전염병과 다르다. 세계전쟁과 비슷한 영향력을 가졌다. 장기적인 침체가 올 것이고 아직 저점이 아니다'였습니다.
'반등할 것이다'파의 주장은 '코로나가 심각한 위협인 것은 맞으나 어떤 바이러스도 인류를 이긴 적이 없다. 시장은 돌아올 것이다'였습니다.
저는 다행히 '반등할 것이다'파였고, 어떤 바이러스도 인류를 이긴 적이 없다는 의견이 매우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바이러스가 인류를 이긴다하면 재산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는데 밑져야 본전아니냐라는 생각했습니다.
건방지지만 이 당시 주변에 내 계좌는 지금 파란불이지만 지금 주식을 사야된다고 권유했습니다. 권유를 위해 중소형주보다는 삼성전자를 권했었고, 이 당시 제 말을 들은 지인들은 모두 적정한 수익을 본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건방지지만 가치와 가격의 괴리가 매우 커서 이기지는 못해도 지기 어려운 싸움이라는 판단이 확실히 섰던 것 같습니다.
~ 2020년 6월
큰 비중을 차지했던 프로텍의 실적은 제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굉장히 악화되고 있었지만, 호재가 생기면서 수익률이 매우 증가했습니다.
결과는 좋았지만 분석에 의한 예측범위를 한참 벗어난 결과이므로 당연히 '운'이었습니다.
투자할때는 예측범위를 한참 벗아나는 결과들이 수도없이 생기며, 결과가 좋으면 '운' 안좋으면 '불운'이라고 할뿐입니다.
하지만 '운'을 갖게되는것보다는 '불운'을 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안전마진을 크게 확보하는 주식을 사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확실한 방법이며 '불운'을 잘 피해 시장에 오래 붙어있으면 '운'은 자연히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때문에 '운'도 실력이라고 한다면 실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 2020년 9월
시장이 좋을 때는 특별히 할 일이 없었습니다.
다만, 반도체 장비주인 프로텍은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아 실적이 매우 떨어진 반면 여러 호재가 추가가 적정주가를 매우 상회하여 일부 수익실현을 했습니다.
"과거 실적 회복 및 투자 성과들의 실적 반영 확률"을 고려하여 어느정도는 비중은 꾸준히 보유 중에 있습니다.
20년간 매우 훌륭한 성적을 가진 선수가 하루아침에 실력을 잃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코로나 이슈로 바이오주, 전기자동차 이슈로 2차전지주가 매우 상승하는 가운데 저는 삼성전자를 추가매수했습니다.
바이오주들은 PER이 기본 100 단위가 넘어갔는데, 이 기업들의 순이익이 10배 증가한다고 해도 PER이 10인데 반해 단기간에 순이익이 10배 증가할 확률은 매우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2차전지주들은 마찬가지였으나 2가지 중 하나에 투자해야된다면 차라리 2차전지주에 투자를 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저는 상대적으로 오르지 못한 삼성전자를 추가 매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시 삼성전자의 PER이 18정도로 KOSPI 평균 PER 수준이었는데, 세계최고의 기업에게는 조금 박한 평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삼성전자 추가매수는 안전마진을 많이 확보해야한다는 당시의 제 원칙을 깬 매수 중 하나였는데, 그럴 수 있었던 계기는 '매우 좋은 주식을 조금 비싼 가격에 사는 것도 좋다'라는 버핏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이 문구를 어디에나 인용하며 모든 원칙을 부셔버릴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적정선에서 멈춰야 훌륭한 투자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2020년 12월
마찬가지로 시장이 너무 좋아 특별히 할 일이 없었습니다.
가만히 있기가 가장 어렵다고 하는데.. 역시 저는 실패했습니다.
개발자인 저는 당연히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을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업이 어떻게 해야 망할 수 있을지 상상하기가 어렵습니다.
해외주식 서비스를 알게 된 저는 자연스럽게 이 세 기업을 찾아보게 되고, 이들 기업이 생각보다 고평가되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의 PER이 네이버, 카카오보다 낮은 상황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고, 10월부터 이들 주식을 일부 매수했습니다. 굳이 PER만 비교한 이유는 이들에게 PBR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해서입니다.
12월까지 수익이 나쁘지 않게 났지만 달러 약세로 인해 실제 수익률은 좋지는 않은 편입니다 :(
이외에도 심각한 저평가주들은 시장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미국주식에서도 똑같이 발생했는데, 제가 존경하는 투자자 중 한명인 하워드 막스가 논평하기를 '워렌버핏식 가치투자의 시대는 갔다'라고 했습니다. 이 분은 가치투자의 선봉자이시기도 하지만 굉장히 신중한 투자자 중 한 분이신데 최근 성장주들의 랠리와 가치주들의 부진이 정당하다고 한 것을 보면 약간 섬뜩한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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